2006년 11월 28일 화요일

고양국민은행의 K리그 승격 문제를 보면서.

국민은행이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은 꽤 어려워질 지도 모르겠다. 국민은행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되어 K리그로 올라올 수 있는 자격을 얻자마자 은행법과 외국인 주주 문제를 거론하며 승격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를 전했다. 승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과연 현재의 내셔널리그 팀들 중에 승격해서 뛸 만큼 여유를 가진 팀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오곤 했었는데, 역시 답을 미뤄 온 모두의 책임이 큰 상황이다.

다시금 승격에 관한 이슈를 정리해 보면, 축구발전기금(30억 -> 10억으로 삭감)과 프로구단으로의 전환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프로구단으로의 전환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고, 다른 많은 승격 가능한 팀들에게는 축구발전기금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1년 예산이 30억 안쪽이라는 내셔널리그 팀들이 축구발전기금을 내고도 팀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으로 남아 있다.

국민은행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은 있기는 하다. 그와 관련한 논점들을 얘기해 보겠다.

1. 별도 법인 설립으로 고양 국민은행 팀의 시민구단화

고양 국민은행이 실업팀의 유지를 포기하는 대신 승격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현재의 팀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국민은행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은행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회사 설립이지 지분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전례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대구은행은 대구FC의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대전 시티즌의 시민구단 전환 때도 하나은행이 주주로 출자를 하였다. 이런 사실은 지분 참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며 국민은행은 지분참여를 통해 그동안 성원해 왔던 고양 시민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K리그로 승격하더라도 국민은행의 스폰서쉽을 맺음으로써 현재의 실업팀을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법적인 문제,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조 체제 구축, 시민구단 전환을 위한 마일스톤 제시, 신생팀이 갖는 K리그 드래프트 혜택 등이 모두 검토되었어야 했다. 결국,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다가 자격을 갖고 나서야 뒤통수를 치는 현 사태를 만든 1차적 책임이 국민은행에 있다.

이 방법은 프로연맹, 고양시, 국민은행, 고양시민이 모두 힘을 모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2. K리그에 실업팀의 한시적 참가 허용

광주 상무가 K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K리그는 프로 구단만의 리그가 아니다. 광주 상무가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축구팬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리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가 아닌 팀을, 그리고 지역연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팀을 리그에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실업팀이지만 K리그에 참여할 수 있게끔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내셔널리그에서 올라온 첫 팀이고 그 팀의 성공은 국내 프로축구에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렇게 올라온 팀이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승강제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처음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방법은 이렇다. 국민은행에게 한시적으로 실업팀이지만 K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대신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프로구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더불어 아직도 여전히 별도 법인으로 구단을 운영하지 않는 K리그의 팀들에게도 법인 설립을 유도하고 전체적인 리그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사실 거의 모든 대기업 팀들은 선수와 감독을 계약제로 하고 있을 뿐, 실업팀과 운영하는 형태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리그의 현실에서 "서류에서도" 실업 팀인 고양 국민은행이 리그에 참가하지 못할 이유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3. 차라리 올해는 승격팀을 없애자.

2안에서 실업팀의 승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것은 승격을 해야만 리그가 산다는 가정에서만 가능하다. 승강제를 도입하는 것은 리그에서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냄으로써 더 재미있는 축구 외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에 있다. 하위권 팀들은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 항상 이런 축구 외적인 요소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그를 구성하는 각 구성원들의 체질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리그가 발전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말로는 다들 지역연고를 주장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진정한 지역연고의 정착은 팀들이 지역민들과 맺는 끈끈한 감정적 유대가 생길 때에만 가능하다. 이런 일은 5년 이내의 단기 계획을 갖고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많은 팀들은 이에 대한 계획이 없다.

문제는 프로구단들이 여전히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지역민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구단은 영세하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은 지역민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여기에 또 다시 영세한 구단이 리그에 진입하거나, 대기업의 별도 부서로 운영되는 구단이 하나 더 생기는 상황은 리그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안산 할렐루야의 K리그 입성을 주장하는 기사들이 간간이 나오고 있는데, 안산은 자격이 없다. 우승팀만이 승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K리그가 대한민국의 최상위 리그로서 갖는 위상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승격자격의 승계는 어불성설이다. 안산이 승격하지 못하면 그 땐 누구에게 자격을 승계시켜야 할지 묻고싶다.

올해는 국민은행이 승격할 수 없다면 그냥 이대로 넘기는 게 좋아 보인다. 한 번 과도기를 겪고 진통을 겪는 것이 전반적으로 리그의 장래를 위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고양이 승격해서 K리그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었던 많은 팬들에겐 상처가 되는 일이겠지만.

내년, 내후년의 승격을 위해 프로축구연맹은 내셔널리그 사무국과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규정과 받아야 할 돈만 갖고 논쟁을 벌이지 말고 내셔널리그 팀들의 프로 전환을 위한 방법, 승격을 위한 가이드라인, K 리그의 운영 방법 등에 관한 정보가 내셔널리그 팀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상위리그로서의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내셔널리그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내셔널리그 부회장의 연초 인터뷰에서는 내셔널리그를 올해 중으로 프로구단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모두 스포츠진흥법에만 매달려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 사이 내셔널리그의 질을 높일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년에도 여전히 평일 오후 2시에 경기가 열리는 내셔널리그라면 현재의 팀들과는 승강제를 논의하지 않는게 낫다. 차라리 새로운 프로팀들을 모아 2부급의 새로운 리그를 구성하고 내셔널리그를 3부리그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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