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1일 화요일

승강제 전에 리그의 포맷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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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K 리그 승격에 가장 유력한 두 팀 중 하나인 김포 할렐루야가 결국 연고지를 안산으로 옮겼다. 최근 각 지자체들이 프로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다분히 자치단체장의 선출이 지역민들에 달려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프로구단 유치 혹은 그 구단의 유지와 관련하여 자치단체장들은 자연스레 노출되거나 실적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고개념도 희박하고 팀이 발전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한 일부 팀들은 이런 상황과 맞물려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자체와 연고 계약을 맺게 마련이다. 다시금 FC 서울이나 제주 Utd의 사례를 환기시키는 것은 이 팀들의 팬들에게도 이 팀들을 싫어하는 팬들에게도 불쾌한 기억이 될 뿐이지만 김포 할렐루야의 연고이전이 이들과 오버랩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먼저 연고지 계약이라는 것이 마뜩찮다. 연고지라는 것은 지자체와 문서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구단을 시작하면서 지역민들과 저절로 맺어지는 불문 계약이다. 이 계약에 대한 파기는 양심과 믿음에 대한 계약 파기이므로 연고 이전에 대한 비난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리고, 많은 팀들이 지금의 연고계약을 마치 "깃발꽂기"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내셔널 리그에서는 K리그 팀들과 연고지가 겹치는 팀들이 연고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는데, 이런 말들이 그들의 희박한 연고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승강제가 도입되더라도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발전은 요원할 따름이다.

승강제 전에 가장 먼저 정립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연고지 계약"에 대한 건이다. 연고지는 축구협회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프로연맹 이사회에서 SK와 GS에게 연고이전을 허용했던 사례를 생각해 볼 때 현재의 프로연맹 논의 구조로는 연고이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어차피 그들은 같은 가맹 단체들 간에 담합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국축구 역사상 단 한 차례 있었다던 연고이전이 프로연맹에 의한 것이 아니라 FA(영국축구협회)에 의해 허가되었고, 다시 이런 사례를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우리나라 프로축구 시장의 행정구조가 너무 허술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나 구조가 영국의 그것과 비교하기엔 너무 열악하긴 하다. 그렇지만, 시장을 지역으로 분할하고 그것을 나눠먹는 카르텔로 이뤄진다면 발전없이 현상 유지를 하려 할 것이란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연맹의 고위행정가들의 인터뷰에서 종종 이런 카르텔의 느낌을 진하게 받는다. 먼저 연고이전이 어렵게끔 하여 팀들이 어찌 됐던 정착한 지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물론, 현 상황에선 각 프로축구 팀들의 법인화 문제도 리그 발전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같은 지역에 팀이 있다면 서로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지역민들에게 더 많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른 연고 정착의 길이 아닐까.

지역민들과의 계약을 쉽게 깨뜨리지 않는 믿음의 K리그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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