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 4강 징크스를 넘을 수 있을까?
22일 새벽(한국시간)에 있었던 네덜란드와 히딩크의 대결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점을 담고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토탈사커의 원조인 네덜란드를 상대로 경기를 펼친다는 점, 반 바스텐 감독이 20년 전 네덜란드를 유로피언 챔피언쉽에서 우승에 올려놓은 이후 다시 감독으로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네덜란드와 히딩크는 1988년 이후 국제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들 네덜란드를 강력한 4강 후보, 만년 4강 등으로 이야기를 하는 데는 바로 네덜란드의 강력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결승까지 가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20년에 걸친 축구사가 있었다. 1998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가 한국을 5:0으로 꺾으면서, 많은 한국의 축구팬들은 졌지만 강력한 공격축구에 매혹되어 버렸다. 네덜란드는 많은 한국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결국 4강에서 브라질에게 페널티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것이 최근의 축구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네덜란드와의 첫 인연이자, 네덜란드의 4강 역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히딩크 감독 역시 네덜란드 축구와 똑같은 4강 징크스를 겪어 왔다는 점이다. 둘 다 1988년 이후로 말이다. 다음 표는 히딩크 감독과 네덜란드가 겪어 온 4강 징크스의 역사이다. (왼쪽이 히딩크 감독, 오른쪽이 네덜란드 축구의 88년 이후 결과)
네덜란드와 히딩크 감독의 국제경기 4강 징크스에 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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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이 PSV 아인트호벤을 이끌고 1988년 여름에 우승했던 유러피언 컵은 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으로, 92년 이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로 발전되었다. 히딩크 감독의 기록은 1998년 이후 유러피언 컵,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유로피언 챔피언스 컵(EURO) 등을 모아 정리하였다.
굳이 이것을 징크스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는 의심스럽다. 다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네덜란드 축구의 약점은 바로 토너먼트에서의 약점이라는 것. 토탈사커로 일컬어지는 네덜란드의 축구 스타일은 아무래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토너먼트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후반으로 갈 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 때문에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이런 체력 저하 현상은 이미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이 경험했던 것이고, 러시아 역시 네덜란드와 연장전까지 가는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체력 고갈이 예상되는 바다. 이번에는 다음 경기까지 5일이나 남아 있어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영향은
일단 네덜란드는 8강에서 떨어지면서 4강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히딩크의 러시아는 4강 징크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팀의 분위기가 한껏 올라 있는 만큼 히딩크 감독의 결승 진출은 어느 때보다도 유력해 보이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승자 중에서 어느 팀이 올라오는지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조심스레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대결을 예상하고, 이탈리아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이기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탈리아는 토너먼트에서 유난히 강한 저력을 보여 왔다.
UPDATE) 예상이 빗나가 러시아의 상대는 스페인으로 결정됐다.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에 대패를 안겨줬지만 여전히 승부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 번 상대했던 팀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웠을지가 중요하고, 분위기가 상승세인 러시아의 호성적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스페인도 징크스의 팀이라는 것. 스페인은 이탈리아를 88년동안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4강에 진출했고, 24년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오르면서 징크스 브레이커가 되었다. 스페인이 기세를 몰아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쨌거나 독일을 제외하고 최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팀들로 4강이 채워졌다는 것은 유로 경기를 바라보는 많은 팬들에게 흥미진진한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