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대전 시티즌과 세대교체

축구팀 운영에 관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바로

세대교체는 항상 진행 중이어야 한다
는 말이다. 그리고 대전 시티즌에서 세대교체는 생소한 단어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대전 시티즌의 주축 선수들은 대전 시티즌 창단 초기에 들어왔던 선수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새로 영입되는 선수들 중 나이 많은 선수들이 꽤 있었던 걸로 보면.

즉시 전력감이라는 점에서 나이 많은 선수들의 영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나이 많은 선수들로만 채워져 있다면 팀이 앞으로 소요해야 할 비용은 꽤나 큰 것일 수밖에 없다.

작년의 배기종, 김용태의 영입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고, 팀의 장래를 약속해 주는 듯 했다. 물론 배기종 선수같은 경우에는 전기리그 종료 직후 재계약을 추진해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시즌 도중 다른 팀과 접촉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수원으로의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배기종이 조재민, 황규환 두 선수와 2:1 트레이드로 이뤄진 것은 대전으로선 매우 바람직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조재민과 황규환의 영입이 중요한 이유는 수비와 미드필드에 젊은 선수들, 그것도 선발 요원으로도 무리없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조재민 선수가 프로선수로 매우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만 28세면 향후 2년 정도는 체력에 큰 무리가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수원의 두터운 스쿼드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선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팬들은 조재민과 황규환을 주고 배기종을 데려온 것이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손해보는 장사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차범근 감독의 속내를 읽을 수는 없겠지만 배기종을 김대의 선수의 대체 자원으로 데려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현재 김대의 선수의 나이는 만으로 33살. 아직 괜찮은 포스를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체력적인 면에서 대체요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배기종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빠른 발과 공간을 침투하는 괜찮은 능력, 그리고 전기 리그에서 보여 줬던 빠른 슈팅 타이밍이었다. 수원 팬들은 배기종에게서 이런 면을 보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배기종 혼자서 대전 시티즌의 전기리그 득점의 50% (13골 중 6골)에 가까이 기록했다는 것은 꽤 괜찮은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김대의 선수의 대체요원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잠재력은 있는 선수라고 봐야겠다. 다만, 기복이 좀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들 하는데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물론, 수원 팬들이 배기종의 이적에 아주 반가움을 표하지 않는 이유는 2:1 트레이드로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본다. 거기다 조재민 선수는 수원에서 6년이나 뛰었으니 안타까운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다시 대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대전의 20대(혹은 10대!!)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이름(나이, 입단년도)

골키퍼: 유재훈(27세, 2006년), 양동원(19세, 2006년)
수비수: 김창수(21세, 2005년), 장현규(25세, 2004년), 이세인(26세, 2005년), 조재민(28세, 2007년)
미드필더: 김용태(22세, 2006년), 나광현(24세, 2006년), 이규철(24세, 2006년), 이형상(21세, 2004년), 황규환(20세, 2007년)
공격수: 정성훈(27세, 2004년), 최근식(25세, 2006년), 슈바(27세, 2006년), 우승제(24세, 2005년)
(박래철, 이민선, 헙슨은 며칠 전 대전 시티즌에서 재계약 포기 명단으로 분류되어 제외)

정리하고 보니, 20대 선수들로만 한 팀이 나온다는 게 놀랍다. 입단 년도로 구분하면 2007년 2명, 2006년 7명, 2005년 3명, 2004년 3명이 팀에 합류했다. 최근 젊은 선수들의 영입이 늘어나고 있고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연령대는 안정된 느낌이다. 올해 시작할 때만 해도 대전 시티즌은 전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팀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다른 팀의 팬들에겐 이런 일이 놀라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전은 97년 창단에서 드래프트로 많은 이득을 봤고, 적은 연봉으로 꽤 괜찮은 선수들을 보유해 왔고 자금압박을 받을 때마다 선수들을 팔아 왔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즉시 전력감인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해 왔다. (젊은 선수와 나이가 많은 선수는 이적료에 큰 차이가 있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이적료가 젊은 선수들에 비해 적게 발생한다.)

국내 프로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계약 종료 후에도 이적료 협상이 가능한 한국인 선수들에 대해선 선수 소유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내국인 선수들은 팀에 오래 남을 선수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사정이 약해서 선수 보유력이 뛰어나지 않은 팀에선 젊은 선수의 보유는 큰 메리트가 된다. (이미 말했다시피 이적 시 이적료 발생이 팀의 재정에 도움이 되거나 이적료 부담 때문에 선수를 적은 연봉으로도 보유할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국내 프로축구의 이적시장의 기형적인 모양은 다른 글에서 다시 다루어 보겠다.)

적어도 수비수는 현재 라인에 경험만 쌓인다면 괜찮아 보인다. 수비 위치와 클리어링이 좋은 장현규, 터프한 수비를 보여주는 이세인, 골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오버래핑이 좋은 김창수 등은 앞으로 수비 라인에서 버텨 줄 만한 선수들이다. 한 2,3년 후에 주전으로 쓸 수 있을 만한 왼쪽 윙백만 보강한다면 다시 2003년같은 괜찮은 양쪽 윙백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재는 왼쪽 윙백의 주전은 주승진 선수고 32살이다.)

미드필더는 아직 자리를 잡기에는 선수들이 어리거나 입단 후 팀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그렇지만, 충분히 숫적으로는 괜찮은 만큼 내년 시즌에는 좀 더 젋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정도 나이로는 2003년처럼 짧은 패스, 많이 뛰는 축구를 해볼 법도 하지 않나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물론, 최감독께선 2003년의 축구 스타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승제 선수는 2006년 시즌까지는 수비수로 분류가 되어 있었고, 경기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종종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보직 변경을 했음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부족해 보이는 공격수 라인에 도움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올해의 드래프트는 공격수 혹은 섀도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정성훈과 슈바의 위치가 종종 겹치는 장면을 봤던 것 같은데 정성훈 선수의 헤딩 경합이 강해진 만큼 슛을 날려줄 만한 선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떨어지는 공에 달려드는 선수가 데닐손 외에는 별로 없다는 것이 현재 공격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데닐손 선수는 이미 서른인지라 대전에서 은퇴할 때까지 뛴다 하더라도 이제는 대타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기도 하였다.

벌써부터 올해의 드래프트 시장은 이미 괜찮은 선수들이 다 빠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공격수에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나이의 선수가 없는 만큼 공격수 보강은 시급하다. 용병들로 어느 정도 메울 수는 있겠지만, 나이와 짧은 계약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젊은 한국인 공격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어쨌거나 진행 중인 세대교체를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대전이 3년쯤 뒤에는 다른 팀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선수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K리그 팬이 갖는 특권이다.


2 개의 댓글:

익명 :

올블에서 대전시티즌 관련 태그를 보고 냉큼 들어왔다가 좋은 블로그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반갑습니다.

대전 시티즌은 계속 리빌딩중(^^)이기 때문에 올해 전반기에 꿈꾸던 플레이오프 진출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Joongsoo :

반갑습니다. 나라목수님.
올블에서 저도 나라목수님의 블로그에 들렀었는데, 글을 남기진 못했네요.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과 많이 연결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