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6일 수요일

요코하마 FC 꿈을 이루다.

J리그에서 시민구단의 발전된 형태로 주목되던 팀 요코하마 FC의 최근 상황이 플라마의 일본인 기자인 고사바노씨의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관련기사) 요코하마 FC는 순수 시민구단인 서울 유나이티드를 창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하나로 장부다님이 정리한 자료가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시민구단의 성공적 모델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장부다님은 현재 서울 유나이티드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팀 창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부다님의 원 글은 3회로 나누어진 글이었고 요코하마 FC에 관해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는데 지금은 링크가 사라진 듯 하다. 플라마에 관련글이 있기는 하지만 원글의 내용만큼 충실치는 못하다.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다. 요코하마 프뤼겔스는 일본항공이 운영하던 구단이었고, 요코하마 마리노스는 닛산 자동차에 의해 운영되던 구단이었다. 일본항공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J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요코하마 프뤼겔스의 경영을 포기하면서 요코하마 프뤼겔스는 요코하마 마리노스 팀에 합병되었다. 요코하마 프뤼겔스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라는 이름의 F 한 글자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많은 팬과 선수들은 요코하마 프뤼겔스의 합병을 반대하였고, 결국 요코하마 FC라는 이름의 새로운 팀을 만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의한 구단 운영은 경영개혁의 과정에서 쉽게 포기될 수 있는 대상임을 깨달은 요코하마 FC의 팬들은 팀을 완전 시민구단화하여 운영하고자 하였다. 이 목적을 위해 도입된 것이 소시오 제도였다. 소시오는 매년 팀을 운영하기 위한 운영비를 대는 팀의 실질적인 주주에 해당한다. 소시오는 티켓 할인을 받지만 무료로 경기장에 입장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알고 있던 스토리는 여기까지였다.)

고사바노씨의 기사를 보면 그 이후에 많은 굴곡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은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코하마 프뤼겔스를 살리겠다는 요코하마 FC 팬들의 마음은 3부리그에서 J2리그로 팀을 올려 놓았고, 드디어 J1리그에 상륙하였다. 내년부터 J1 리그에서 요코하마 FC가 뛰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성용 선수가 현재 요코하마 FC에서 뛰고 있다. 일본인 부인과 결혼하여 일본의 2부리그 팀으로 옮겼다는 뉴스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유상철 선수가 뛰었던 팀은 요코하마 마리노스였다.)

팀이 사라졌고, 팀을 잃은 팬들의 열정이 새로운 팀을 만들고, 팬들이 돈을 모아 팀의 운영비를 댄다. 그리고 그 팀이 1부리그까지 오르는 드라마가 이루어졌다. 그 팀의 팬이 아니라도 충분히 감동할 만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요코하마 FC의 팬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요코하마 FC의 승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두 도시가 떠오른다. 서울로 옮겨간 GS 그룹에 의해 팀을 잃은 안양, 제주로 옮겨간 SK에 의해 팀을 잃은 부천이 바로 그렇다.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비극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주목하고 싶다.

안양은 레즈라 불리는 강력한 서포터를 갖고 있던 팀이었다. 안양이 옮겨 가면서 서포터들은 둘로 갈라졌고, 그 중 하나는 3부리그부터 올라가겠다는 꿈을 안고 팀을 직접 만든 사람들이었고 다른 쪽은 안양에 새로운 프로팀 창단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직접 팀을 만든 사람들은 여전히 한국 축구의 3부리그급으로 만들겠다는 2종 클럽 리그에서 팀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 팀의 이름은 안양 시티즌이다.

안양 시티즌은 2005년 IS배 서브웨이컵을 우승하며 2종 클럽 가운데 꽤나 실력있는 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승강제가 3부리그까지 갖춰지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2종 클럽의 특성 상 잦은 선수 변동이 어려움이 되고 있다. 한국축구협회에서는 2007년에 3,4부리그까지의 피라미드 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2부리그에 합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스폰서를 마련한다면 2부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도시 부천의 경우는 이미 2부리그 팀의 창단 작업에 돌입했다. 안양의 팀 창단 어려움을 본 부천의 서포터들은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 그 전략은 서포터들이 스포츠 마케팅 업체를 선정하고 그 업체가 직접 팀을 창단하고 운영까지 맡도록 하는 것이다. 포르투나라는 업체가 선정되었고, 이 업체는 당초 2007년 내셔널 리그 진입을 목적으로 팀 창단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내년에 리그에 참가한다는 뉴스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포르투나는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의 에이전트이고 많은 스포츠 관련 행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코하마 FC의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니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축구시장 구조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요코하마 FC와 같은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겠다. 혹시 옛 안양의 팬들 가운데 여전히 축구가 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안양 시티즌을 서포팅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많은 축구팬들은 안양과 부천에서 생긴 팀들이 FC서울과 제주Utd를 무찌르는 시나리오를 한 번쯤 그려볼 것 같다. 그리고, 팀을 이전하거나 없애는 것은 그 팀의 공공재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자본주의자 혹은 신자유주의적인 사고에서 기인한다. 내 것이더라도 공통의 것일 수 있고, 나눠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를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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