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5일 화요일

맞벌이 부부의 육아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고난한 일이다. 맞벌이의 어려움은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문제들은 두 사람이 포용하고 이해하여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가 서로 희생하고 함께 일하여도 매우 해결이 어려운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육아 문제다.

참여정부가 들어 선 이후에 출산율이 개선되었다는 뉴스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 굳이 참여정부였기 때문에 혹은 노무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섭섭함이 남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했던 말을 아직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줄 수 있도록 하겠다."

실상은 아이를 낳으면 조부모가 키워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의 현주소다. 아이를 맡길 피붙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낳지 않는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기에 허리띠 졸라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자식들은 공부 잘 시켜서 고생 안하게 하겠다며 열심히 살아 온 많은 부모 세대들에게 우리 세대가 갖다 안기는 것은 육아 부담 뿐이다. 이 일을 자식된 입장에서 단순히 죄송하게만 생각하기 전에 이건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몇 년 내에 선진국 수준의 육아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알고 있다. 작년에는 없던 돈이 올해 보육사업을 위해 엄청나게 마련될 수도 없고, 어느 날 계획을 잡는다고 다음 해에 보육시설이 덜컥 생겨날 리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약속에 섭섭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물론, 이회창 씨가 대통령이 되었다 하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이해하지만) 공감할 만한 계획수립마저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육시설 중 많은 수는 만 3세 이상을 위한 보육시설이고, 3개월령부터 입소가 가능한 영아전담 보육시설은 그 수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영아전담 시설의 경우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환경이 부모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3개월짜리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으려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출퇴근하는 동선에 보육시설이 있어야 하고, 환경이 깨끗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육시설은 저소득층 가정(육아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맞벌이 부부 중에도 실질적인 저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지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선뜻 맡길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안전성 확보에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과 접촉하여 감염이나 전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연령별로 격리되어야 하고, 1개월만 차이나도 운동능력 등에 많은 차이가 있는 만 1세 미만 영아들을 위해서는 월령별로 구분하여 반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 1세 미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사 보급률이 너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출산휴가 기간을 출산 직후부터 시작하여 3개월을 모두 쓸 수 있다 하더라도 3개월째 되는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부모들에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요즘처럼 이웃간 교류가 적은 시기에는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이웃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워낙 세상에 대한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기관이 있다면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도 많다. 다만, 기관에서 안전하게 봐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행정기관들이 서로 공조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미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방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융통성 부족한 시행에는 불만이다. 일률적인 승용차 요일제 적용의 사례를 클릭하여 읽어 보시라. 임산부가 승용차 타고 출퇴근하는 것조차도 정부에서는 조율할 능력이 없다. 이에 관한 뉴스도 나온 적 있지만,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왔다.

그나마 내 경우엔 집사람이 회사에서 허락을 받아 임신기간동안 승용차 요일제에서 예외를 인정받았음을 감사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보육 문제에 있어선 요일제로부터 예외를 허락받지 못한다. 3개월짜리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긴다면 버스타고 다니면서 보육시설에 맡기고 회사에 출퇴근하란 소리다. 승용차 요일제가 걸린 날에는 택시를 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추운 겨울에도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가 아플 때 돌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은 서로 조금씩 바이러스를 옮기곤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늘 감기를 달고 지낸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아이가 아픈 경우(간단한 감기가 아니라 수족구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한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될 줄 알면서도 말이다. 회사의 사정 때문에 혹은 마음껏 휴가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맞벌이 부부들의 직장 환경이므로 이런 사회 분위기도 큰 몫을 한다.

최근에 공무원이 여성들이 갖는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들은 휴직도 가능하다. 많은 경우 휴가나 휴직에 의해 불이익을 받지도 않는다. 육아 휴직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는 것만 해도 이 땅의 많은 부모들에겐 감사할 일이라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출산 문제에는 보육환경, 사교육비, 주택문제, 고용불안 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보육비용과 그 방법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최소한 맞벌이 부부들에겐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문제라고 감히 주장해 본다. 이미 맞벌이는 20대 부부의 80% 이상, 30대 부부의 60% 이상인 현실이다. 아이 낳을 때마다 얼마씩 주겠다는 식의 일회성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다. 이도저도 못된다면 차라리 교육받은 전문 보육인을 소개해주는 정도라도 해 보시든지.

맞벌이 부부의 가장 중요한 육아문제는 "부모님 외에는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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