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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화요일

유로 2008, 네덜란드의 첫골은 오프사이드?

유로 2008에서 죽음의 조로 불리는 C조의 경기가 오늘(6월 10일) 시작됐다. 2006년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 1998년 월드컵 우승, 2000년 유로 2000 우승, 2006년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프랑스. 영원한 4강팀, 강력한 화력의 네덜란드. 이 세 팀이 한 조에 편성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로 2008에서 가장 잔인한 신의 장난이라 불릴 만 하다.

오늘 가장 주목받는 경기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경기. 네덜란드는 30년간 이탈리아를 이기지 못했다는 역사에서도, 유난히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네덜란드와 강력한 수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데나치오 이탈리아의 경기는 예선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이다. 토탈 사커가 시작된 곳, 히딩크식 토탈 사커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수비적이었지만,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는 모두 공격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모든 선수들은 상대편 골대를 향해 질주한다. 네덜란드의 경기는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축구팬들은 알고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반니스텔루이의 발을 거친 공이 이탈리아의 골대를 흔들 때는 "오프사이드"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듯 보였던 오프사이드 판정은 끝내 내려지지 않았고, 이탈리아는 1:0으로 끌려가며 경기를 네덜란드에게 내주고 만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탈리아가 오심으로 경기를 밀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피파의 경기규칙("Laws of the Game") 을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말이다.

먼저 골이 들어간 상황을 살펴보자. 스네이더가 떄린 강력한 슛을 반니스텔루이가 잘라 먹으면서 골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그림에서 보듯이 스네이더가 슛을 하는 시점에 이미 반니스텔루이와 이탈리아 골대 사이에는 골키퍼 한 명밖에 없었고, 이것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스네이더의 강력한 슛

반니스텔루이에게 연결되는 스네이더의 슛


반니스텔루이의 골

반니스텔루이의 골

반니스텔루이의 골

그런데 왜 이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 않았을까? 위 그림에서 이탈리아 선수 중 한 명이 엔드라인 바깥에 누워 있는 장면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가 오프사이드의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이다. 이 상황과 관련된 규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LAW 11. 오프사이드(OFFSIDE), 다른 하나는 LAW 3. 선수의 수(THE NUMBER OF PLAYERS)에 관한 규칙이다. 먼저 오프사이드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자.

If a defending player steps behind his own goal line in order to place an opponent in an offside position, the referee shall allow play to continue and caution the defender for deliberately leaving the field of play without the referee’s permission when the ball is next out of play.

수비를 하는 선수가 상대 선수를 오프 사이드 포지션에 빠뜨리기 위하여 자신의 골라인 뒤쪽으로 이동하면 심판은 계속 경기를 진행할 수 있고, 다음 번 공이 멈추었을 때 (즉, 아웃 오브 플레이 상태가 되었을 때) 심판의 허락 없이 고의적으로 경기장을 떠난 데 대해 주의를 줄 수 있다. (피파 경기 규칙 102페이지)
다음은 LAW 3. THE NUMBER OF PLAYERS 중 일부분이다. 심판이 허락한 경우가 아니라 경기를 하다가 일시적으로 벗어난 경우라면, 경기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If a player accidentally crosses one of the boundary lines of the field of play, he is not deemed to have committed an infringement. Going off the field of play may be considered to be part of a playing movement.

선수가 우연히 경기장의 경계선을 넘었을 경우, 그 선수는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경기장을 벗어난 것은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움직임의 하나로 판단할 수 있다. (피파 경기 규칙 64페이지)
즉, 경기장에서 선수는 고의로 오프사이드를 만들기 위해 경기장을 벗어나서도 안되며, 경기장을 피치 못한 상황으로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의 움직임은 경기의 일부이므로 오프사이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다. 오프사이드 규정 자체만 살펴 본다면 이 상황을 오프사이드 위치로 판단하더라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LAW 3의 내용은 고의적으로 떠나지 않았으므로 주의를 줄 필요가 없다는 쪽의 이야기에 가깝다. 그리고, 오프사이드 규정에서는 고의적으로 떠난 상황에서 경기를 지속하라는 이야기이므로, 이 상황에 딱 맞는 규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음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관한 정의.
A player is in an offside position if:
  • he is nearer to his opponents’ goal line than both the ball and the second last opponent

다음의 경우에 선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
  • 그 선수가 두 명 미만의 상대편 선수와 공 모두 보다 상대 골라인에 가깝게 있을 때.
[UPDATE]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오프사이드 위치의 정의를 덧붙여 둔다.
  • 공격수가 공보다도 그리고, 최종 수비수 앞쪽에 있는 수비수(the second last)보다 골라인 가깝게 위치 할 때 (by 익명님)
  • 선수가 그의 상대편 골 라인으로부터 볼과 최종의 두번째 상대편 선수보다 골 라인에 더 가까이 있을 때 (from 대한축구협회)

축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규칙의 수가 무척 적다. 몇 가지 룰로만 설명이 가능한 스포츠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혼동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그 짧은 시간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심판이 책임져야 할 일인 듯 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판정을 오심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적절한 판정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