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0일 화요일

허정무 감독에 대한 평가

월드컵이 끝나고 평소의 생활로 돌아온 지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꽤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월드컵에 대한 스스로의 몰입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 월드컵 기간 중에는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현실 세계로 돌아왔음을 느끼게 된다.

새 감독 선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얘기를 꺼내기 전에 오늘은 허정무 감독에 대한 정리를 좀 해볼까 한다.

지난 글에서 허정무 감독을 선임하는 기술위원회의 이야기를 하면서 허감독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갖고 있던 내 마음이 어느 정도 표현되었었는데, 이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허정무 감독을 새로 평가하게 된 것은 월드컵이 끝난 후 과감히 사임하면서 그의 도전이 성취를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미숙함도 있었지만, 한국인 감독이면서도 원칙에 따른 팀 운영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인 감독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 주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것들을 바탕으로 허정무 감독에 대한 평가를 정리해 보자.

  1. 자신의 원칙대로 선수 기용을 해 왔다. 예를 들면 현재의 폼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 구성을 했던 것, 라틴계의 팀에 대해 좋은 활약을 했던 오범석을 아르헨티나 전에 기용했던 것 등이 있겠다. 원칙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이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 적어도 이런 원칙을 고수하려는 태도는 매우 훌륭했다. 흔히 말하는 "라이벌" 차범근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를 기용했던 것도 이 연장선에서 칭찬할 만 한 일이었다.
  2. 선수들의 심리 관리에는 탁월함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앞에 이야기했던 오범석은 매우 훌륭한 선수였지만, 첫 경기를 뛰지 않았던데다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심리적으로 좀 안정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전은 전체적으로 대표팀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위축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허정무 감독의 성공은 많은 후배 감독들에게 롤 모델이 될 법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무적 상태인 허정무 감독이 갈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K리그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서 활약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감독님,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