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8일 월요일

강원도민구단, 강원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거의 3년 이상의 긴 기간동안 창단을 위해 노력해 온 강원도민구단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내년부터 K리그에 합류한다고 하니 이제 15개 구단 체제로 접어들게 되었다. 구단 수가 늘어나면서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변화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제 드디어 우스운 모양새의 컵대회를 개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

강원도민구단도 대전이나 인천, 대구, 경남과 같이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라 한다. 시민구단이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리그 전체의 구성을 놓고 봤을 때는 좀 더 생존에 필사적인 구단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평가해 본다. 그러나 문제는 상존해 있다. 강원도민구단의 잠재적인 약점과 문제점을 짚어 보기로 하자.

1) 시민주(도민주) 공모로 충분한 초기 자본을 모집할 수 있을까
이전의 시민주 공모 현황을 살펴보자. 경남, 인천, 대구는 나름대로 괜찮은 공모 성적을 기록했지만, 대전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왜 그런지를 굳이 말하긴 어렵지만, 전통적으로 축구는 제조업과 큰 관련을 맺어 왔다. 맨체스터가 철강도시였던 것처럼 포항도 좋은 축구팀을 갖고 있다. 경남은 STX, 인천은 GM대우가 밀어주고 있다. 시민구단이긴 하지만, 기업이 갖고 있는 지분이 굉장히 크다.

제조업을 갖고 있던 경남과 인천은 매우 성공적인 시민주 공모를 마칠 수 있었지만, 대전은 목표액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대구의 경우에는 대구은행이라는 큰 돈줄이 있었던 데다, 대구시에서 각급 산하기관 및 공무원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주식청약을 받으면서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강원도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당장은 팀과 사무국 구성이 급하다지만, 장기적으로 청약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초기자본으로 적어도 5년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강원도라는 브랜드는 좋은 관광지로서 가치를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스폰서를 충분히 유치할 만큼의 시장가치를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만큼 공모의 성공은 절박한 상황이다. 강원도에는 많은 스키장과 리조트, 관광 시설 등이 있는 만큼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2) 강원도 체육회의 힘은 약해져야 한다
지금 당장 강원도 체육회가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창단과 운영 과정에서 체육회의 힘은 큰영향을 미친다. 다음 표를 보시라. 지자체의 체육회가 낮은 두 곳, 대구와 인천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전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
대구FC
경남FC
대주주
(5%이상)
대전광역시체육회: 40.62%
(주)진로: 5.05%
인천광역시체육회: 31.57%
대우자판(주): 6.02%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주): 5.96%
대구시체육회: 12.57%
(주)대구은행: 9.19%



경상남도체육회 54.02%




소액주주
36.17%
(법인 15.19%,
개인 20.98%)
35.01%
(법인 12.25%,
개인: 22.76%)
66.58%
(법인 28.54%,
개인: 38.04%)
45.98%
(법인: 19.37%,
개인: 26.61%)

그 외
18.16%
21.44% 11.66%

이 표는 바로 시민구단들의 지분 구성이다. 경상남도 체육회는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민주를 공모하던 시기 STX와 몇몇 지역 기업들이 청약후 경남체육회에 기부체납했기 때문이다. 대전광역시 체육회 역시 많은 소규모 기업들의 기부체납에 의해 40% 이상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어쨌거나, 경남은 이전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에서 큰 소동이 있었고, 알력다툼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거기다 박항서 감독의 경질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잡음이 있었다. 대전 역시 몇 차례 사장의 선임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고, 늘 대전시장에 의해 임명되다 보니 "전문 경영인"보다는 낙하산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대구는 최초로 사장 공모를 통해 대구FC의 사장을 선임했고, 인천은 지엠대우의 강력한 인맥 덕분인지, 부산에서 축구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적이 있던 안종복 단장이 팀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체육회라는 곳은 지자체장의 입김이 매우 강하게 미치는 곳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합리적인 팀 경영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강원도민구단 역시 강원도 체육회의 지분이 너무 큰 상황이 발생한다면, 성공적인 발전은 장담키 어렵다.


3) 축구는 축구도시에서!

부산은 축구도시였고 야구도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야구는 사직 축구는 구덕이라는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축구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 따라 마케팅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부산 아이파크 팬들은 종종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을 버리고, 구덕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를 내곤 한다.

춘천, 원주, 강릉에서 리그 경기를 분산 개최하겠다는 강원도지사의 말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의 원론적 발언으로 인정하고 싶다. 절대 그렇게 운영해서는 안된다. 축구를 보는 팬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 다닐 만큼 열정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집 옆에서 일어나는 큰 함성에 더 반응하는 법이다. 듣기에는 강릉이 매우 축구 열기가 높다고들 한다. 그러면 고민할 것이 뭐가 있을까. 강릉을 강원도민구단의 연고지로 설정해야 바람직하다.

몇 년 운영해본 뒤에 이게 아니다 싶어 바꿔도 되지 않느냐구? 그 때는 이미 도민들의 돈 몇 십억이 날라간 상태일텐데 이런 안일한 반응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강원도의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도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 많을게다. 그렇지만, 이건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비지니스이므로 철저히 시장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축구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매주 주말마다 경기장을 꽉꽉 메워 줄 관중들이다.


나름대로 잠재적인 어려움을 분석해 보았지만, 늘 우리처럼 우매하고 평범한 축구팬들의 목소리는 저 높은 곳까지 달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모쪼록 이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강원도민구단의 성공적인 발전을 바라 본다. 강원도의 힘을 강원도민구단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축구와 관련된 논쟁에서 가장 짜증나는 글

축구를 보고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매니아들의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 논평하고, 수집하기도 하고, 직접 뛰면서 선수들의 느낌을 가져본다. 개인적으로 유난히 축구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축구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보거나 다른 이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가끔 축구를 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된 것은 직접 하는 것보다 축구를 보고 글을 읽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것이다.

축구 커뮤니티는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곳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깊이있는 분석을 종종 발견할 때면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은 예전의 축구논객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느낌이다. 그들은 객원기자가 되었거나, 전업기자가 되었거나, 혹은 어디론가 잠수해 버렸다. 그리고 직접 축구팀을 만들고 발전시키겠다며 뛰어든 이도 있다.

축구는 많은 논쟁거리를 낳기도 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선수의 영입과 퇴출, K리거와 J리거와 관련된 이슈들, 올림픽 팀과 국가대표팀 차출에 관한 얘기들, 선수의 이적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거리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외국진출에 관한 것이리라. 박지성과 이영표로 촉발된 외국리그에 대한 관심은 최근의 김두현에까지 이어졌다. 우울해 보이는 설기현, 이동국, 이영표와 다시 고공행진 중인 박지성, 조심스런 기대를 갖게 하는 김두현. 아, 잊어버릴 뻔 했는데, 조재진도 있었다.

그들의 이적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이영표가 다시 아인트호벤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영표가 AS로마로 이적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식의 얘기는 나처럼 축구를 글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나 팀의 성향, 감독의 호불호 등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축구의 다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항상 이런 논쟁에서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생각이고, 그들의 결정이다.'

아, 맞다. 선수들은 축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겐 가족과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이영표와 설기현, 이동국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해야 할까? 여지껏 아무도 몰랐기에 알려줘야 할 사실일까? 이런 결론에 도달하면 다같이 좋은 결론이라며 박수쳐 줘야 하는 것일까.

혹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논쟁이 골치아프고 시끄러운 것이므로, 빨리 종결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토론, 의사소통, 교환, 논쟁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종종(자주는 아니다) 좋은 결론으로 마무리지어질 때도 있다. 결론이 내려지기 어려운 주제는 토론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없다. 민주주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시끄럽고 귀찮고 골치아픈 것. 다양한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부르짖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

축구로 인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축구에 있어서도 서로 많은 얘기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왜냐면 이런 방식을 통해서도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기 싫고 의미없는 논쟁처럼 느껴진다면, 슬며시 무시하고 넘어간다면 어떨까. 토론이 인신공격이나 비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법하다.

오늘도 박지성의 와일드카드 차출을 놓고 사람들은 얘기가 많다. '차출해도 괜찮을 것이다'는 쪽과 '차출하면 선수에게 너무 무리가 될 일이다'라는 쪽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쩌면 축구와 관계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에게 생소한 세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떤 면에선 오타쿠의 성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비생산적인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를 즐기는 방식이다.


2008년 4월 8일 화요일

고종수와 대전 시티즌

어느덧 고종수는 대전의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다. 그것이 대전 팬들의 자발적인 지지에 의한 것인지, 언론의 관심 때문인지를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고종수가 대전에서 '살아나 준' 것과 대전이 고종수에게 '기회의 땅'이 되어 준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고종수의 대전행은 그 자체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사건이었지만, 그간 부족했던 언론의 관심을 대전에 돌리게 한 결정적인 사건은 김호 감독의 부임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대전은 언론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시민구단이 되었다. 이관우가 대전에서 아무리 좋은 활약을 펼쳤어도 국대에 거론조차 되지 못했던 것, 대전에서 이관우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로 김영근이라는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다는 사실 등은 제대로 언론을 타지 못했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지금의 대전에 대한 관심은 과분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고종수와 대전 구단 간의 연봉 협상에 발생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어 대립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쪽은 '재기의 기회를 줬는데도 돈만 밝힌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고종수와 김호 감독 덕에 대전은 큰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데 이런 점은 생각지 못한다'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고 있을 수 있는 의견이다. 결국 이 두 의견의 간극은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대전의 팬으로서 좋은 선수가 뛰어 주길 바라는 것은 항상 팬들의 바람이다. 선수는 돈보다는 구단을 위해 뛰어 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어루만지지 못했던 것은 고종수측 에이전트의 미숙한 언론 플레이라 하겠다. 프로 선수들은 돈을 받고 경기를 뛰는 만큼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지만, 항상 그 돈이 나오는 곳은 팬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능력 있는 선수는 구단과의 협상에서 항상 유리하다.

프로선수들은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먼저 보일 필요가 있다. 이면에서 어떤 금전적인 협상을 벌이더라도 말이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서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은 협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지만, 현재 대전 구단과 에이전트의 언론 플레이는 낙제 수준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연봉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전구단은 고종수를 '돈만 밝히는 선수'로 만들었고, 에이전트는 대전을 '개념없는 짠돌이 구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쪽을 취하라. 그러나, 최대한 서로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전과 같이 재정규모가 적은 구단의 부족한 관리 능력이다. 적은 돈으로 팀을 운영하다 보면 인력부족은 불가결한 부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좀 더 일찍 협상을 추진하고, 일찍 차년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이미 고종수의 폼이 많이 돌아왔음을 감지했다면 더 몸값이 비싸지기 전에, 다른 팀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 먼저 올해의 연봉 협상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일찍 연봉협상을 시작하면 선수들도 그들을 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물론, 구단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올해 광고 스폰서가 얼마나 될 지, 구단의 가용 자금이 얼마나 될 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늘 대전에게는 광고협찬은 해가 바뀌고 나서 시의 압박이 있은 다음에야 관심있는 기업들이 주머니를 열곤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전만의 상황은 아니다. 많은 구단들이 내년의 광고수입을 예측하지 못한 채로 해를 넘기고 이것은 구단의 위기관리와 선수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답은 '장기 스폰서 계약'이다. 1년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지 말고, 3년 단위로 혹은 5년 단위로 계약을 만들면 장기적으로 자금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수들의 적정 연봉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키 플레이어들에 대한 연봉 재협상 시기를 앞당겨 연봉 지출을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고종수의 연봉 협상 얘기를 꺼내다가 구단의 운영 문제까지 이야기를 하게 됐다. K리그의 많은 문제들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발생하곤 한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더 발전하는 K리그가 되기 위해서 선수들은 구단의 가치를 높여줘야 하고, 구단은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항상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쓸 수도 없고 돈을 써서도 안된다. 서로를 진정 존중할 때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