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구단, 강원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거의 3년 이상의 긴 기간동안 창단을 위해 노력해 온 강원도민구단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내년부터 K리그에 합류한다고 하니 이제 15개 구단 체제로 접어들게 되었다. 구단 수가 늘어나면서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변화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제 드디어 우스운 모양새의 컵대회를 개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
강원도민구단도 대전이나 인천, 대구, 경남과 같이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라 한다. 시민구단이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리그 전체의 구성을 놓고 봤을 때는 좀 더 생존에 필사적인 구단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평가해 본다. 그러나 문제는 상존해 있다. 강원도민구단의 잠재적인 약점과 문제점을 짚어 보기로 하자.
1) 시민주(도민주) 공모로 충분한 초기 자본을 모집할 수 있을까
이전의 시민주 공모 현황을 살펴보자. 경남, 인천, 대구는 나름대로 괜찮은 공모 성적을 기록했지만, 대전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왜 그런지를 굳이 말하긴 어렵지만, 전통적으로 축구는 제조업과 큰 관련을 맺어 왔다. 맨체스터가 철강도시였던 것처럼 포항도 좋은 축구팀을 갖고 있다. 경남은 STX, 인천은 GM대우가 밀어주고 있다. 시민구단이긴 하지만, 기업이 갖고 있는 지분이 굉장히 크다.
제조업을 갖고 있던 경남과 인천은 매우 성공적인 시민주 공모를 마칠 수 있었지만, 대전은 목표액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대구의 경우에는 대구은행이라는 큰 돈줄이 있었던 데다, 대구시에서 각급 산하기관 및 공무원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주식청약을 받으면서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강원도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당장은 팀과 사무국 구성이 급하다지만, 장기적으로 청약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초기자본으로 적어도 5년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강원도라는 브랜드는 좋은 관광지로서 가치를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스폰서를 충분히 유치할 만큼의 시장가치를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만큼 공모의 성공은 절박한 상황이다. 강원도에는 많은 스키장과 리조트, 관광 시설 등이 있는 만큼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2) 강원도 체육회의 힘은 약해져야 한다
지금 당장 강원도 체육회가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창단과 운영 과정에서 체육회의 힘은 큰영향을 미친다. 다음 표를 보시라. 지자체의 체육회가 낮은 두 곳, 대구와 인천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대전시티즌 | 인천유나이티드 | 대구FC | 경남FC | |
대주주 (5%이상) | 대전광역시체육회: 40.62% (주)진로: 5.05% | 인천광역시체육회: 31.57% 대우자판(주): 6.02%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주): 5.96% | 대구시체육회: 12.57% (주)대구은행: 9.19% | 경상남도체육회 54.02% |
소액주주 | 36.17% (법인 15.19%, 개인 20.98%) | 35.01% (법인 12.25%, 개인: 22.76%) | 66.58% (법인 28.54%, 개인: 38.04%) | 45.98% (법인: 19.37%, 개인: 26.61%) |
그 외 | 18.16% | 21.44% | 11.66% | |
이 표는 바로 시민구단들의 지분 구성이다. 경상남도 체육회는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민주를 공모하던 시기 STX와 몇몇 지역 기업들이 청약후 경남체육회에 기부체납했기 때문이다. 대전광역시 체육회 역시 많은 소규모 기업들의 기부체납에 의해 40% 이상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어쨌거나, 경남은 이전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에서 큰 소동이 있었고, 알력다툼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다. 거기다 박항서 감독의 경질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잡음이 있었다. 대전 역시 몇 차례 사장의 선임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고, 늘 대전시장에 의해 임명되다 보니 "전문 경영인"보다는 낙하산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대구는 최초로 사장 공모를 통해 대구FC의 사장을 선임했고, 인천은 지엠대우의 강력한 인맥 덕분인지, 부산에서 축구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적이 있던 안종복 단장이 팀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체육회라는 곳은 지자체장의 입김이 매우 강하게 미치는 곳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합리적인 팀 경영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강원도민구단 역시 강원도 체육회의 지분이 너무 큰 상황이 발생한다면, 성공적인 발전은 장담키 어렵다.
3) 축구는 축구도시에서!
부산은 축구도시였고 야구도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야구는 사직 축구는 구덕이라는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축구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 따라 마케팅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부산 아이파크 팬들은 종종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을 버리고, 구덕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를 내곤 한다.
춘천, 원주, 강릉에서 리그 경기를 분산 개최하겠다는 강원도지사의 말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의 원론적 발언으로 인정하고 싶다. 절대 그렇게 운영해서는 안된다. 축구를 보는 팬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 다닐 만큼 열정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집 옆에서 일어나는 큰 함성에 더 반응하는 법이다. 듣기에는 강릉이 매우 축구 열기가 높다고들 한다. 그러면 고민할 것이 뭐가 있을까. 강릉을 강원도민구단의 연고지로 설정해야 바람직하다.
몇 년 운영해본 뒤에 이게 아니다 싶어 바꿔도 되지 않느냐구? 그 때는 이미 도민들의 돈 몇 십억이 날라간 상태일텐데 이런 안일한 반응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강원도의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도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 많을게다. 그렇지만, 이건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비지니스이므로 철저히 시장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축구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매주 주말마다 경기장을 꽉꽉 메워 줄 관중들이다.
나름대로 잠재적인 어려움을 분석해 보았지만, 늘 우리처럼 우매하고 평범한 축구팬들의 목소리는 저 높은 곳까지 달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모쪼록 이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강원도민구단의 성공적인 발전을 바라 본다. 강원도의 힘을 강원도민구단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