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축구와 관련된 논쟁에서 가장 짜증나는 글

축구를 보고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매니아들의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 논평하고, 수집하기도 하고, 직접 뛰면서 선수들의 느낌을 가져본다. 개인적으로 유난히 축구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축구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보거나 다른 이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가끔 축구를 하기도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된 것은 직접 하는 것보다 축구를 보고 글을 읽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것이다.

축구 커뮤니티는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곳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깊이있는 분석을 종종 발견할 때면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은 예전의 축구논객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느낌이다. 그들은 객원기자가 되었거나, 전업기자가 되었거나, 혹은 어디론가 잠수해 버렸다. 그리고 직접 축구팀을 만들고 발전시키겠다며 뛰어든 이도 있다.

축구는 많은 논쟁거리를 낳기도 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선수의 영입과 퇴출, K리거와 J리거와 관련된 이슈들, 올림픽 팀과 국가대표팀 차출에 관한 얘기들, 선수의 이적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거리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외국진출에 관한 것이리라. 박지성과 이영표로 촉발된 외국리그에 대한 관심은 최근의 김두현에까지 이어졌다. 우울해 보이는 설기현, 이동국, 이영표와 다시 고공행진 중인 박지성, 조심스런 기대를 갖게 하는 김두현. 아, 잊어버릴 뻔 했는데, 조재진도 있었다.

그들의 이적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이영표가 다시 아인트호벤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영표가 AS로마로 이적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식의 얘기는 나처럼 축구를 글로 즐기는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나 팀의 성향, 감독의 호불호 등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축구의 다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항상 이런 논쟁에서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생각이고, 그들의 결정이다.'

아, 맞다. 선수들은 축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겐 가족과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이영표와 설기현, 이동국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해야 할까? 여지껏 아무도 몰랐기에 알려줘야 할 사실일까? 이런 결론에 도달하면 다같이 좋은 결론이라며 박수쳐 줘야 하는 것일까.

혹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논쟁이 골치아프고 시끄러운 것이므로, 빨리 종결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토론, 의사소통, 교환, 논쟁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종종(자주는 아니다) 좋은 결론으로 마무리지어질 때도 있다. 결론이 내려지기 어려운 주제는 토론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없다. 민주주의는 바로 그런 것이다. 시끄럽고 귀찮고 골치아픈 것. 다양한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외치고 부르짖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

축구로 인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축구에 있어서도 서로 많은 얘기를 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왜냐면 이런 방식을 통해서도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기 싫고 의미없는 논쟁처럼 느껴진다면, 슬며시 무시하고 넘어간다면 어떨까. 토론이 인신공격이나 비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법하다.

오늘도 박지성의 와일드카드 차출을 놓고 사람들은 얘기가 많다. '차출해도 괜찮을 것이다'는 쪽과 '차출하면 선수에게 너무 무리가 될 일이다'라는 쪽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쩌면 축구와 관계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에게 생소한 세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떤 면에선 오타쿠의 성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비생산적인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를 즐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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