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금요일

허정무 감독이라니!

허정무 감독의 대표팀 선임 과정은 여러모로 불만족스럽다. 7년 전의 허정무 감독의 실패에 대해 다시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 때의 암울했던 한국 대표팀 전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허정무 감독 선임은 암담한 결정이기만 하다. 트루시에의 화려한 일본축구에 비해 히딩크 이전의 전형적인 한국축구의 모습만 보여줬다는 것이 허정무호의 기억이다.

물론, 최근에 전남의 FA컵 2연패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허정무 감독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은 전남의 수비적인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축구에서 가장 수비적인 팀을 꼽으라면 울산을 들 수 있고, 그 다음은 전남을 드는 경우가 있다. 물론, 데이터만 보면 서울이 훨씬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길 때 종종 큰 점수차로 이겼던 점,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점에서 전남이 억울할 수는 있다.

데이터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경남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성남 수원 울산 인천 전남 전북 제주 포항
경기당 득점 1.58 0.5 1.3 1.3 0.8 0.9 1.7 1.4 1.3 1.2 0.9 1.4 1 1
경기당 실점 1.19 1.7 1.8 1 1.5 0.6 0.7 1.2 0.8 1.2 1 1.2 1.3 1.2
득실률 1.32 0.3 0.8 1.3 0.5 1.4 2.4 1.2 1.5 0.9 0.9 1.1 0.8 0.9

전남의 2007시즌 경기당 득점은 0.9골(서울과 공동 11위), 경기당 실점률은 1골(대전과 공동 11위)이었다. 결론은, 골도 적게 넣었지만, 적은 골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누적득점을 누적실점으로 나눈 득실률을 보면 0.9로 8번째에 위치해 있다. 전남의 2007 시즌 최종 성적은 10위였다.

득실률을 기준으로 몇 가지 분석을 해 보자. 전남과 똑같이 득실률이 0.9인 팀은 인천과 포항이 있다. 그러나 인천은 경기당 득점은 1.2골이고, 포항은 1골로 전남에는 앞서 있다. 전남(누적득점 24)보다 골 결정력이 좋지 않은 팀으로는 광주와 부산, 서울(누적득점 23) 등이다.

전남의 입장에서는 FA컵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변명을 할 수는 있겠으나, 컵대회로만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기는 애매하다. 컵대회는 의외성이 많은 데다가 올해는 단판제로 치뤄져 그 의외성이 더했다. (성남이 승부차기에서 제주에 패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감독으로서 경험은 풍부한 사람이다. 그러나 7년 전의 모습에서 허정무 감독은 매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에서 감독의 전술적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는 전무했고, 리그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했다 하기 어렵다. 게다가 차범근 감독 퇴진 이후 허정무 감독의 대표팀 선임과 그 이후 허정무 감독의 기술위원장 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줄'이 좋은 사람이라는 네티즌들의 악평섞인 불만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실망스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두 번씩이나 기회를 주는 것은 한국축구협회의 투명성을 심각히 저해하는 결론이라 하겠다.

오히려 차범근 감독의 수원이 리그 2위를 차지했으니 차라리 차감독에게 기회를 다시 준다면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이전에 김학범 감독처럼 팀을 잘 조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한국 대표팀에는 훨씬 적합하리라 본다. 리그 1위를 차지한 사람보다 FA컵 우승을 한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적절치 않다. 영국처럼 FA컵이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전반적인 행정능력 부재를 보이는 한국축구협회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남 드래곤즈에게 축복을 보낸다. 전남은 유소년 클럽이 최근 좋은 성적을 보인 것을 비롯해, 허정무 감독까지 차출돼 나갔으니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기대되는 팀이다. 모쪼록 좋은 감독을 영입해 2008 시즌부터는 승천할 수 있기를!

2 개의 댓글:

익명 :

축구협회가 하는 일이 그렇죠뭐.

얼마전에도 축협의 선택이 해당팀에는 축복이 되는 경우를 보았잖습니까.
(http://topscorer.tistory.com/92 )

이번 일이 전남에게도 축복이 된다면 K리그는 더 재미있어지겠네요^^

Joongsoo :

그러게요. 암울하기만 합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