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7일 월요일

김두현의 해외진출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김두현이 잉글랜드의 챔피언쉽(2부리그)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김두현은 성남일화와 국가대표에서 가장 중요한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최근 4-3-3의 전형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두현의 활약 여부에 따라 박지성을 윙어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김두현의 활약 여부는 국가대표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시안컵에서 중앙미드필더로 뛰어 온 재목들을 보면, 이호, 김정우, 김상식, 김두현, 손대호, 오장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두현은 이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선수였지만, 국가대표팀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많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수비형 미들이나 중앙 미들로서의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넘쳐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란 위치는 2002년 이후 희귀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김두현의 해외진출 시도는 그의 능력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기회이거나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점에서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이적하려는 팀은 챔피언쉽이지만, 내년 프리미어리그로의 승격이 가시권에 있는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이니 꽤 괜찮은 이적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이적에는 이적료가 걸림돌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이적료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동국의 이적에서 포항의 선택이 꽤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항은 많은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이동국을 이적료 없이 보내 주었고, 이제 많은 외국의 팀들은 K리그의 선수들은 이적료 없이 데려다 쓸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하였다. 더군다나 이동국은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지만, 테스트를 불사했고 이적료도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테스트를 받은 선수의 해외진출 의지를 높이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적료는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한다. 게다가 이적료가 없는 경우라면 그 선수를 쓰지 않고 썩히더라도 감독에게 전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EPL의 경우 감독이 팀을 조직하는 것이 감독의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적료를 들여서 데려 온 선수가 성공하게끔 도와주려는 생각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K리그의 발전에 있어서도 이런 선례는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도 만일 좋은 선수들이 K리그에 계속 나타나고 이들이 해외에 이적료 없이 진출한다면 이로 인해 돌아오는 손해는 모두 K리그 팀들의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더군다나 선수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리그 수입으로 보전할 수 없는 시장의 수준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모쪼록 이적료가 적절한 수준에서 타결되고, 김두현의 해외 진출이 꼭 이뤄지길 희망한다. 세리에A에서도 이적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두현 개인에게는 세리에A가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리그는 유명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많은 곳이다. 전통적으로 4-4-2를 기본 전형으로 사용하는 잉글랜드 팀들과는 달리 세리에는 전술적으로 매우 발전한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더군다나 베론, 카카, 후이 코스타처럼 이름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뛰었던 곳이 바로 세리에A다.

잉글랜드에서 실패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대체로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의 축구는 4-4-2를 기본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유소년 클럽에서도 무조건 4-4-2를 사용하고, 선수들은 자기가 맡는 포지션의 역할을 4-4-2를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전술에 적응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맨유가 작년 4-3-3을 시도하다 죽쑨 것을 기억하시라.) 그들에게 축구는 바로 4-4-2를 의미하며, 다른 전형은 마치 다른 나라에서 (어쩌면 저기 미개한 나라들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오죽하면 포포투라는 이름의 영국 축구잡지가 있을까.(지금은 한국판도 있지만) 4-4-2 전형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기가 애매해진다. 미드필더 네 명을 다이아몬드 형으로 배치하지 않으면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가 나지 않는데다 죽어라고 크로스를 올려대는 영국축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설자리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기를 중시하는 프리메라보다, 속도를 강조하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전술의 다양성이 풍부한 세리에A가 김두현에게 더 어울리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물론, 선택은 선수의 몫이고 우리처럼 손발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관중들이야 그들을 보고 열광할 뿐이지만, 좀 더 좋은 선택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적어 봤다. 세리에A에서 김두현은 카카와 몸을 부딪히며 세계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을 몸으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두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5 개의 댓글:

익명 :

김두현의 스타일이 가끔은 닌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안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봤던 EPL의 미드필더들은 좀 터프한 모습이 필요한 것 같은데, 김두현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동국이 선발 출전의 기회를 많이 못잡는 이유중에 감독이 선수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는 것도 있겠군요. K리그로 돌려보내도 이적료는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니....

Joongsoo :

나라목수님// 기복이 심한 건 김두현이 꼭 극복해야 할 부분일 것 같습니다. 이동국의 경우는 복합적이긴 할테지만,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스포츠 추천글로 올라서 그런지 오늘 방문자 폭주네요. ^^;;;

익명 :

크하하, 추천글의 위력이 대단하네요^^

티스토리에도 분류별로 rss를 나눠주는 기능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보니 블로거는 라벨(분류)별로 rss 피드를 따로 만들수 있는 모양이네요.

Joongsoo :

네. 블로거뉴스의 위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페이지는 갑작스레 방문자가 급증해서인지 광고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군요. 구글에서 광고를 막아버리는 모양입니다. ㅎ

익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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