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4일 화요일

대한축구협회의 삽질콤보

웬만해선 이런 제목을 달고 싶지 않았으나, 최근의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정몽준)에 대한 악감정만 생기고 있다. 도대체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어떤 마인드로 한국 축구를 경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축구협회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정리해 보자.

1) K리그 팀으로부터 뺏어 온 박성화 감독 (8월 3일)
취임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치른 전 부산 감독 박성화. 이런 우스운 기록이 대한축구협회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한국 축구의 수치스런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취임하여 팀 분위기를 살리며 의욕적으로 팀 살리기에 돌입했으나, 며칠만에 올림픽 감독으로 "차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축구협회가 K리그의 지위를 단순히 국가대표팀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리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리그의 발전도 한국 축구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박성화 감독은 팬들이 거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K리그에 취임이 가장 어려운 감독이 되었다.

2) 축구협회의 행정을 비판하는 메세지를 물리력으로 진압 (8월 22일)
축구협회에 의해 감독을 강탈당한 부산 팬들은 존 듀어든이 그의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그들의 의견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축구협회의 행위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 위한 플래카드를 걸었다가 강탈당하는 사건을 겪었다.

부산 팬들은 정당한 의견을 제기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자신들이 보기에 불편한 말을 걸러듣고 싶어했다. 플래카드는 많은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내걸곤 하는데, 비판적인 의견은 금지하려 하는 것은 언론탄압과 다름 아니다. 이제 비판을 불편해 하고 감추는 것보다는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성숙된 자세가 축구협회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날 부산 팬들이 내걸었던 플래카드는 "개념없는 축구협,사기치는 박성화" 이었다.

3) 정몽준 회장의 연고이전 가능설 (9월 3일자 뉴스)
축구협회는 한국축구발전을 제일목표로 하는 조직이 아님이 드러나는 사건이다. 정몽준 회장의 개인적 욕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편법을 동원해 키워진 파이는 K리그의 장래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전 글에도 밝힌 것처럼 이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하면서 재미있는 것은 FC 서울이 새로운 서울 팀의 창단을 환영한다 는 기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FC 서울은 연고이전의 원죄를 갖고 있는 팀이다. 그간의 비난과 축구팬들의 FC서울에 대한 혐오는 FC 서울의 이미지에 매우 장애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런 식으로 다른 팀이 연고이전하여 서울에 입성한다는 것은 비난의 여론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FC 서울은 이런 면에서 미포 조선의 서울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수사적으로 또 다른 서울팀이라 했으므로 반드시 연고이전한 미포조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4) 박성화 감독 사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외룡 감독 영입 시도 (9월 4일자 뉴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장외룡 감독에게 19세 이하 대표팀의 감독직을 요청했다. 지난 박성화 감독 사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술위원회의 현실 인식은 과히 안드로메다급이다. 그 때 박성화 감독에 대한 논란이 비단 부산 아이파크의 팬들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축구와 K리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KBS 해설위원인 한준희씨는 KBS 라디오의 열린토론에 출연하여 괜찮은 인선임에도 불구하고, K리그의 발전을 저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론에 귀를 닫고 살아가는 대한축구협회라는 비판이 절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장외룡 감독은 박성화 감독과는 달리 인천과의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감독직 수락을 거부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이런 상태로 한국 축구의 발전은 없다. 무엇보다 비젼을 갖고 있어야 할 대한축구협회를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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