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4일 화요일

현대미포조선의 서울입성, 과연 타당한가?

정몽준 회장이 임기 내에 서울에 구단을 갖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회장의 의지는 일견 바람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리 탐탁치는 않다. 내셔널리그 구단인 현대미포조선의 실질적 구단주인 정회장은 연고 이전을 추진하여 서울에 프로구단을 창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내셔널리그 팀인 현대미포조선의 연고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여론이 크게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현대미포조선은 아직 아마추어 구단이고, 프로구단이 된다는 것은 창단에 버금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현대미포조선은 울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울산현대라는 큰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인기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프로 스포츠 산업을 운영하고 경영하는 사람들은 미국식 프랜차이즈 모델로만 프로축구팀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깃발꽂기처럼 내가 어떤 지역을 점유하여야만 시장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연고이전 계획의 근거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울산이라는 작은 도시에 두 팀이나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애매한 것은 현대미포조선과 울산현대의 구단주가 모두 정몽준 회장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승격과 서울 입성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두 가지 형평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먼저, 서울 입성에 의한 현대미포조선과 울산현대 간의 형평성의 문제이고, 둘째는 현대미포조선의 승격에 의한 현대중공업 계열의 구단들과 다른 K리그 팀들과의 형평성이다.

현대미포조선에 비해 울산현대는 꽤 오랫동안 K리그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구단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는 팀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 만큼 단기적으로 큰 위기가 닥치거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적다. 반대로 미포조선의 경우 프로구단으로 재창단하기 위해서는 구단 운영 스태프의 확충, 선수 확보 등에 있어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착한 것처럼 보이는" FC 서울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자금 투입은 필수적이다. 거기에 K3리그 팀이지만 서울 유나이티드가 오래 된 축구팬들에게 큰 응원을 받고 있는 현실이므로, 향후 몇 년간 미포조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출혈경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과연 울산현대의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거나 울산에 있는 팀을 위해서는 하지 않았던 노력에 대해 나쁜 감정으로 바라 보지는 않을까.

현대중공업 계열의 구단들과 다른 K리그 팀들과는 형평성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까.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이 울산현대의 모기업은 현대중공업이고, 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개의 현대중공업 계열의 구단들이 K리그 내에서 정말 경쟁적인 관계로 운영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현대미포조선이 강등권에 속해 있고, 승점 3점만 있으면 무조건 잔류할 상황에서 울산현대가 현대미포조선을 도와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면? 이럴 때 우리는 다른 팀들이 공평하지 않은 경쟁을 할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대미포조선의 서울연고이전 계획은 여러가지 연고 이전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칠 문제이기도 하다. 처음 이루어지는 내셔널리그 팀의 연고이전이 만약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이후에 올라오는 팀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내셔널리그 팀들이 마케팅을 포기하고 더 큰 시장만을 찾아 나선다면 우리나라 축구의 저변 확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축구는 그 시장의 크기가 연고지의 크기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먼 미래를 볼 때 저변 확대만이 살 길이 아닌가 한다. 저변확대는 K리그를 정점으로 아마추어 리그까지 잘 만들어진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을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1) 연고이전은 안된다.
이전의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연고이전 사례에서 우리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처음 있는 이들은 선례를 남김으로써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축구협회의 수장에 의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연고이전 사례는 축구팬들에게 연고이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건으로 비춰질 수 있다. 연고이전은 오히려 팬과 지역민들과의 불문계약을 파기한 나쁜 사례로 인지되는 것이 진정한 연고지 정착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후에 올라올 내셔널리그 팀들도 모두 큰 시장을 찾아 떠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기회에 프로축구연맹의 명확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현대미포조선의 승격이 된다면, 정몽준 회장은 구단주의 위치를 점하거나 그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현대미포조선의 승격은 울산현대와 계열사라는 관계, 혹은 같은 구단주를 갖고 있다는 관계 때문에 리그의 공정한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현대미포조선은 법인으로 독립시키고, 자금 관계에서의 청산을 시도하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장차 K리그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3) 현대미포조선은 울산현대와 더비팀이 되라
울산현대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울산은 그동안 능력있는 선수들에 비해 수비적이고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팀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금은 이적한 이천수, 최성국, 정경호와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그리 인기있는 구단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현대미포조선과 울산현대 사이의 재정적, 정치적 관계를 정비하면서 이들은 아주 좋은 더비 팀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또, 이것은 울산을 연고로 하고 있는 '국회의원' 정몽준이라는 브랜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의 업적으로 울산은 두 개의 프로팀을 보유한 축구도시가 되었으니 말이다.

정몽준 회장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연고이전과 같이 리그를 해치는 계획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내셔널리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K3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K3리그와 내셔널리그에는 사실 별반 재정적으로 차이가 없는 팀들도 꽤 있다. 프로화에 문제가 없는 팀들을 지속적으로 선별하여 장기적으로는 내셔널리그 팀들이 모두 프로팀으로 전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팀들이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와의 관계(예를 들자면, 아마추어 팀만이 전국체전에 나갈 수 있다는 등의)에 축구협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전국체전을 주관하는 대한체육회 등과 정책적 조율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는 서울 입성보다는 이런 제도 정비와 프로팀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 주시기를 기대한다.

2 개의 댓글:

익명 :

깔끔하게 정리 잘해주셨네요.
연고이전..
안양이 연고이전을 하고 2년만에 부천이 연고이전 하는 것을 보면서 농담삼아 2년후에 또 연고이전팀 나오는거 아니냐고 사람들과 떠들었었는데 이번에도 2년만이네요.

Joongsoo :

아.. 정말 2년만이군요. 잊혀질 만 하면 하나씩 나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