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3일 수요일

지역주의와 축구에서의 지역연고

요약: 축구에서 지역주의를 통한 마케팅은 지역연고와 무관하지는 않으나 그 접근 방법이 다르다. 지역연고는 타 지역에 대한 배타적 정서보다 해당 지역의 감성에 다가설 수 있는 마케팅을 통해 이뤄진다.


가끔 프로축구 구단들이 지역주의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지역주의와 지역연고정착은 출발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야구는 지역주의에 편승해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기에 야구가 배타적인 지역주의를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회, 정치적 분위기가 야구를 통해 지역간의 경쟁으로 확산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는 80년대에 억압받았던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지역과 조작된 언론에 의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지역간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의 역사이다. 이를 이용해 표를 구걸해서도 안되고 돈을 벌어서도 안된다. FC 바르셀로나의 예를 들어 지역주의가 축구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원론적으로 이런 형태의 지역적 대립 자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사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다른 지역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이를 조성하고 이용하려는 시도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광주의 팬들이 경상도 지역의 축구팀을 상대할 때 반드시 승리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축구에서 지역연고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지역주의가 상대 지역에 대한 배타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지역연고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관심에서 출발한다. 지역연고는 축구팀이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고민하고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려는 시도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면 앞장서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수해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선경기를 개최하여야 한다.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축구교실을 지속적으로 열어 주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서 팬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갑이 열리고 팀을 위해 충성하는 팬들이 생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에 축구팀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축구팀이 존재해야 하고 그래야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법이다. 단순히 축구를 보고 싶어서 오는 팬들은 충성도 높은 팬이 될 확률이 낮다. 팀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즐겁게 보러 올 정도의 축구매니아는 그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팀 경기를 광고하고 보러 오기를 강요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좋은 팀이고 지역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팀이다."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5년 뒤, 10년 뒤에는 매우 발전된 K리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0 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