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화요일

고종수와 대전 시티즌

어느덧 고종수는 대전의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다. 그것이 대전 팬들의 자발적인 지지에 의한 것인지, 언론의 관심 때문인지를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고종수가 대전에서 '살아나 준' 것과 대전이 고종수에게 '기회의 땅'이 되어 준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고종수의 대전행은 그 자체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사건이었지만, 그간 부족했던 언론의 관심을 대전에 돌리게 한 결정적인 사건은 김호 감독의 부임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대전은 언론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시민구단이 되었다. 이관우가 대전에서 아무리 좋은 활약을 펼쳤어도 국대에 거론조차 되지 못했던 것, 대전에서 이관우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로 김영근이라는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다는 사실 등은 제대로 언론을 타지 못했던 것을 돌이켜 볼 때 지금의 대전에 대한 관심은 과분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고종수와 대전 구단 간의 연봉 협상에 발생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어 대립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쪽은 '재기의 기회를 줬는데도 돈만 밝힌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고종수와 김호 감독 덕에 대전은 큰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데 이런 점은 생각지 못한다'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고 있을 수 있는 의견이다. 결국 이 두 의견의 간극은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대전의 팬으로서 좋은 선수가 뛰어 주길 바라는 것은 항상 팬들의 바람이다. 선수는 돈보다는 구단을 위해 뛰어 주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어루만지지 못했던 것은 고종수측 에이전트의 미숙한 언론 플레이라 하겠다. 프로 선수들은 돈을 받고 경기를 뛰는 만큼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지만, 항상 그 돈이 나오는 곳은 팬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능력 있는 선수는 구단과의 협상에서 항상 유리하다.

프로선수들은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먼저 보일 필요가 있다. 이면에서 어떤 금전적인 협상을 벌이더라도 말이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서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은 협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지만, 현재 대전 구단과 에이전트의 언론 플레이는 낙제 수준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연봉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전구단은 고종수를 '돈만 밝히는 선수'로 만들었고, 에이전트는 대전을 '개념없는 짠돌이 구단'으로 만들어 버렸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쪽을 취하라. 그러나, 최대한 서로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전과 같이 재정규모가 적은 구단의 부족한 관리 능력이다. 적은 돈으로 팀을 운영하다 보면 인력부족은 불가결한 부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좀 더 일찍 협상을 추진하고, 일찍 차년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이미 고종수의 폼이 많이 돌아왔음을 감지했다면 더 몸값이 비싸지기 전에, 다른 팀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 먼저 올해의 연봉 협상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일찍 연봉협상을 시작하면 선수들도 그들을 구단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물론, 구단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올해 광고 스폰서가 얼마나 될 지, 구단의 가용 자금이 얼마나 될 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늘 대전에게는 광고협찬은 해가 바뀌고 나서 시의 압박이 있은 다음에야 관심있는 기업들이 주머니를 열곤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전만의 상황은 아니다. 많은 구단들이 내년의 광고수입을 예측하지 못한 채로 해를 넘기고 이것은 구단의 위기관리와 선수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답은 '장기 스폰서 계약'이다. 1년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지 말고, 3년 단위로 혹은 5년 단위로 계약을 만들면 장기적으로 자금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수들의 적정 연봉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키 플레이어들에 대한 연봉 재협상 시기를 앞당겨 연봉 지출을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고종수의 연봉 협상 얘기를 꺼내다가 구단의 운영 문제까지 이야기를 하게 됐다. K리그의 많은 문제들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발생하곤 한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더 발전하는 K리그가 되기 위해서 선수들은 구단의 가치를 높여줘야 하고, 구단은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항상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쓸 수도 없고 돈을 써서도 안된다. 서로를 진정 존중할 때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다.

1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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