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3일 수요일

대전 시티즌의 불화를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대전시티즌의 최윤겸 감독이 이영익 코치에 의해 폭행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개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용병 스카우트 과정에 지역신문의 개입설 (관련기사)
- 이영익 코치가 최윤겸 감독을 몰아내려 한다는 루머 (관련기사)
- 개막 후 연패에 빠지며 팀의 부진
- 이영익 코치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최윤겸 감독이 폭행
- 최윤겸 감독 사의 표명
- 선수와 서포터들이 최윤겸 감독의 사퇴 만류
- 징계위원회에 의해 6개월 감봉으로 무마
최윤겸 감독의 폭행이 법에 의해 판결되는 것은 당연하나, 그 뒤에 있는 문제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재삼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위의 관련기사들에서 보듯이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은 외부의 간섭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늘은 시민구단들이 외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프로축구 시스템의 선진화를 논할 때 종종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프로구단 법인화이다. 이는 독립법인이 아니라 기업의 부설 축구팀으로 운영되는 프로축구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 때문에 축구팀 선진화 방안에서 항상 첫 줄에 등장하는 사항이다. 각 구단이나 팬들의 관점에서는 충분한 경제적 지원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도 있지만, 리그가 너무 양극화되어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프로선수들의 과도한 고액연봉에 관한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런 기업구단들과는 반대로 이미 법인화된 독립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시민구단들이다. 그렇다면, 시민구단들의 경영 건전성은 얼마나 확보되어 있을까. 최윤겸 감독이 이영익 감독을 폭행한 것을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바라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일간스포츠의 "음모세력"에 관한 기사는 사실여부를 떠나 대전 시티즌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루머 가운데 하나였으며, 팬들에게는 이미 이런 음모론이 많은 부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런 음모론을 둘러싸고 서포터들 간에 분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시민구단

먼저 시민구단들의 지분 구조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대전시티즌
인천유나이티드
대구FC
경남FC
대주주
(5%이상)
대전광역시체육회: 40.62%
(주)진로: 5.05%
인천광역시체육회: 31.57%
대우자판(주): 6.02%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주): 5.96%
대구시체육회: 12.57%
(주)대구은행: 9.19%



경상남도체육회 54.02%




소액주주
36.17%
(법인 15.19%,
개인 20.98%)
35.01%
(법인 12.25%,
개인: 22.76%)
66.58%
(법인 28.54%,
개인: 38.04%)
45.98%
(법인: 19.37%,
개인: 26.61%)

그 외
18.16%
21.44% 11.66%

시민구단은 공통적으로 시나 도의 체육회가 최대주주의 위치를 갖고 있다. 시민주 공모에 참여한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 중에는 실제로 주식을 소유하려는 목적보다는 조직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홍보의 목적이 강했기 때문에 주식청약과 함께 체육회에 이를 위탁하거나 기부해 버렸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별로 존재하는 체육회는 시장이나 도지사들이 당연직으로 회장을 맡고 있다. 결국 각 지자체의 시장이나 도지사들은 체육회를 통해 시민구단의 구단주의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런 정치적인 비중립성 때문에 시민구단들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휘둘릴 수 있으며, 선거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시민구단 사장이 교체되는 촌극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대전 시티즌의 전 사장이었던 강효섭씨는 대전시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며 사임하였고, 그 후임으로 이윤원 현 사장이 임명되었다. (관련기사)

물론, 시민구단의 사장은 지자체장으로부터 얻어내야 하는 것이 많으므로, 정치적인 능력이 강조되는 자리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낙하산 인사로는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세우고 그에 따라 추진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구단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구단을 둘러 싼 사람들 역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정치적인 움직임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육회는 의결권을 포기하라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경제주체에는 크든 작든 돈이 돌게 마련이고, 이 돈을 노리는 사람들에 의해 정치는 건전성이 훼손된다. 그리고, 정치적인 입지를 가진 사람들이 다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 경제의 건전성 또한 사라지게 마련이다. 프로축구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치놀음과 관련되다 보면 효율적인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기사로 드러나지 않을 뿐 어딘가에서 불필요하게 돈이 새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겪었던 용병비리 파문처럼 말이다.

이 시스템을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뿐이다. 바로 지자체의 체육회들이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시장들이 구단주의 직함을 버리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체육회나 시장의 활동을 견제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언론이나 세력은 없어 보인다. 시민구단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시민들의 의지와 뜻이 모여 사장이 선임되고 구단의 방향이 제시된다면 시민구단들도 한 걸음 더 앞으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행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최윤겸 감독의 인터뷰처럼 지역신문의 기자가 개입되었다면, 그리고 감독직을 둘러 싸고 알게 모르게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프로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병폐일 가능성이 있다. 현 상황에서는 폭행사건 보다 대전 시티즌을 둘러싼 고질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기자님들, 속 시원하게 한 번 파헤쳐 주실 생각 없는지요. 우리나라 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해 말입니다.)


p.s. 1: 폭행사건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감독으로 가장 현실적인 적임자는 최윤겸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p.s. 2: 이영익 코치의 고소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고통에서 벗어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p.s. 3: (앞의 두 얘기가 모순이라 생각하시겠죠?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3 개의 댓글:

익명 :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그리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PS 부분은 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익명 :

잠잠해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소식에 참 어리벙벙하네요.

Joongsoo :

Kwan02님// 대전 팬들은 다들 같은 마음일 겁니다. ㅠㅠ

나라목수님// 잠잠해질 때 뭔가 찜찜하긴 했는데 결국 다시 터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