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9일 토요일

영유아, 치과 데리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이들은 보통 6개월령쯤에 처음 이가 나기 시작해서 돌이 지나면 유치가 거의 다 나온다.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거의 대부분 어릴 때부터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치과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유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치가 손상되어 빠지거나 부러질 경우, 사회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중에 영구치가 잘 자라는데 지장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치는 빠져 없어지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는 물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반드시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돌이 되고 나면 3개월에 한 번씩 치과 진료를 받기를 권하고 있다. 두 돌 정도 나이의 아이들이 치과에 가면 보통은 한두 개 정도는 충치가 시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돌이 되기 전까지 분유를 입에 물고 자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씩은 치아우식증의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 이유다.


치과 진료의 공포

인터넷에 널려 있는 유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보들을 접하고 1년 6개월쯤 된 첫째를 데리고 치과에 간 경험이 있다. 어린이 치과로 나름대로 알려진 곳을 찾아갔는데, 검사를 한 결과 충치가 있음을 알려 주었다. 그 날 바로 진료를 받을 수는 없다고 하여 예약을 하고 나서 다시 치과에 가기로 하였다. 이 때까지는 모두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아이는 치과에서 주는 예쁜 반지를 받아서 좋아했고, 검사를 받는 동안 천정에 달려 있는 모니터에 만화를 보면서 지루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정작 문제는 진료를 받는 날이었다. 그 날도 첫 번째 진료를 받던 날의 경험을 생각하며 기분좋게 갔는데, 치과에서는 부모에게 동의서를 요구했다. 아이들의 경우 움직이거나 할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는 동안 움직일 수 없도록 묶어서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치료를 위해서 동의를 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묶인다는 것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럽게 한다. 팔을 몸에 붙인 채로 천으로 된 밴드로 묶인 아이는 처음 묶이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했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끔 간호사는 가위처럼 생긴 장치를(손잡이를 누르면 아래위로 버텨주도록 되어 있다.)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 끼워서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여 진료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혹시나 입을 다물게 되어 아이가 벌리지 않으려고 버티면 딱딱한 막대를 이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어 벌린 다음 다시 아까의 그 버티는 가위(?)를 사용하여 입을 벌린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그렇게 손발이 묶이고, 입이 강제로 벌려진 채로 아이는 30여분 가량 진료를 받았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아이가 그렇게 우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사실 어른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온몸이 묶인 채로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끔 강제당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기억인가. 내가 저런 상황이라는 상상을 해 보고는 감히 아이의 스트레스를 짐작해 보았다.

이런 형태로 이뤄지는 치과 진료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모두 공포스러운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두 번 다시 치과에 가 보자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할 수 없었다. 2년 9개월이 된 지금, 첫째의 이가 어떤 상태인지 가끔 궁금하긴 하지만 같은 상황을 맞기 싫어서 애써 외면해 왔다. 치과에서의 기억이 어린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아이의 이보다 훨씬 걱정스럽다.

어린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과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많은 아쉬움이 있다. 내가 경험한 치과에서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환자나 환자의 부모와 공유하지 않는다. 애들의 진료가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선택을 하기 위한 더 좋은 과정이 있었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정신적인 충격 등을 고려하여 더 나이가 든 후에 치료를 받게끔 한다든지, 주기적으로 점검을 통해 상황을 지켜 보면서 결정하자는 정도의 조언을 해 준다면 부모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로서 단지 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라는 말만 듣고, 치료를 받으러 간 당일에는 대뜸 내민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진료를 못하겠다는 식으로 의료행위가 이뤄진다면 아이의 건강을 의사와 상의하려는 마음이 들 리가 없다. 의료 서비스에서 종종 느끼는 아쉬움이지만, 많은 경우 의료 서비스는 양방향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식이라면 의료 행위는 단순 기술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

치과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병원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치과 진료를 행복하게 받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의료 서비스 수준은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었고, 그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강하게 남기고 있다. 요즘 세상에 돈 말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물론 다른 치과를 경험해 보지 못했으므로, 읽는 분들께서 대한민국의 모든 치과가 이렇게 진료를 한다는 단정을 갖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많은 치과를 대상으로 제대로 조사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를 일이다.

치과진료의 안타까운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치과는 가야 한다. 충치가 생기면 아이의 건강과 정서에 모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영구치의 정상적인 발육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차라리 좀 더 일찍부터 치과에 가서 불소도포를 하거나 하여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상의한다면 훨씬 좋을지 모르겠다. 가능하면 어릴 때부터 아이의 치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충치는 치료보다 예방이 몇 배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 때문에 충치가 있는 아이를 치과에 데려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4 개의 댓글:

익명 :

저도 어금니를 썩어서 빼본적이 있는데..그이후로는 치과에는 가지를 않습니다...30개월된 아들이 있는데..보기에는 아직 충치는 없어 보입니다...자기전에 꼭 닦아 주거든요...

헌데 요즘 간혹 6-7세정도 되는 아이들중에 이가 누런 아이들이 있는데...좀 무관심한 부모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하얀 치아는 어떤 보석보다 이쁘게 보이는데 말이죠...

Joongsoo :

눈먼고기님,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과진료는 그 기괴한 소리부터 사람을 질리게 만들죠. 아드님 치아 관리를 잘 해주고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그래도, 혹시 치과에 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

익명 :

요즘 보건소에서 실란트 를 무료로 해주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치과에서 실란트를 해주었는데, 나중에 고등학교 다닐때 한번 더 해주면 충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어릴때 충치때문에 고생했던 기억때문에 치과는 꺼려지던데, 아이들에게 저런 예방치료는 도움이 될것 같네요.

Joongsoo :

나라목수님. 감사합니다. 보건소 한 번 가봐야겠네요.